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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21) 심원 대소골과 반야비트지리 박물관(역사,문화,) 2022. 1. 25. 14:02
이념 다른 청춘들이 목숨 걸고 싸운 역사의 현장
천왕봉 중심으로 능선이 날개 펼친 듯
조망바위 오르면 노고단과 능선이…질곡의 근대사 속에 한때 빨치산의 주무대였던 지리산, 이번에는 빨치산 유적지 중 한 곳인 반야중봉 자락의 빨치산 비트를 찾아 떠나본다. 반야봉 자락에는 대표적인 비트 두 곳이 있다. 묘향대 아래, 폭포수골 상단의 박영발 비트와 대소골 최상단 반야중봉 자락의 반야비트이다. 박영발 비트(본지 12월 4일자 보도)는 은폐, 엄폐되어 있는 반면, 해발 1550m 고지대에 위치한 반야비트는 암벽 아래 개방된 곳에 자리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접근로는 반야봉 쪽에서 내려서거나, 아니면 대소골을 통해 아래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두 곳 다 산행거리가 길고 험하다. 탐방팀은 대소골을 통해서 접근하기로 한다.
산행기점은 지리산중의 최고 청정마을 중 하나인 구례 산동면 좌사리 심원마을이다. 심원마을은 성삼재 아래 심원골 깊숙이 자리하여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린다. 대소골은 임걸령, 노루목, 반야봉 자락의 물을 모아 심원마을 앞에서 노고단골과 합수돼 심원골을 이루고 달궁으로 흘러내린다.
반야비트에서 바라본 노고단과 왕시루봉릉.
▲원시 청정계곡 대소골= 탐방팀은 심원마을을 출발해 노고단골을 횡단해 대소골로 접어든다. 골이 완만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매력적인 곳이다. 등로 옆에는 돌무덤도 보인다. 한 빨치산의 무덤일까. 산짐승 밥이 되지 않게 포화 속에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돌무덤이 영원한 안식처가 됐다. 심원마을에서 40여분 계곡길을 올라 용소, 직소폭포를 만난다. 일부러 보를 쌓은 듯한 특이한 형태의 직소폭포가 이채롭고, 그 상단에는 용소폭포가 통암반을 타고 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낙하하는 물줄기에서 청량한 기운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잠시 쉬었다가 길을 이어간다. 거칠지 않은 대소골, 가을이면 환상적인 단풍으로 산객을 매료시키고 여름이면 푸른 원시림과 벽계수로 계곡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사색하듯 조용히 걷는 등로 옆으로 소폭과 와폭, 소와 담이 줄줄이 이어진다. 임걸령골 갈림길 직전, 암반을 타고 내리는 다단계 소폭이 모습을 드러낸다. 멋진 풍광이다. 초록 숲속에서 이끼 낀 암반을 타고 옥수가 쏟아져 내린다. 잠시 둘러보고 나와 임걸령골 합수부를 통과한다. 심원마을에서 1시간 50분 소요되었다. 대소골 우측으로 보이는 임걸령골은 주능선 상의 임걸령샘 밑으로 이어진다. 임걸령골 초입을 일별하고 좌측의 대소골 본류를 따른다. 등로는 계곡 좌측으로 잠시 이어지는데 이후로도 하얀 포말을 쏟아내는 소폭이 곳곳에 걸려 있고 발달된 암반과 적당한 이끼, 깨끗한 물과 짙은 수림이 형성돼 있어 대소골은 한동안 격조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소골 계곡.
임걸령골 합수부에서 1시간 정도 걸어 올라 노루목골 합수부에 도착한다. 사태로 황폐한 직진방향의 골이 주능선 상의 노루목으로 이어지는 노루목골이다. 등로는 자연스럽게 좌측방향으로 틀어 좌골로 접어든다. 이 골은 반야비트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일명 반야비트골로 부르기도 한다. 반야비트골은 대소골과는 달리 고도를 빠르게 높여 간다. 수량은 줄어들고 계곡은 거칠어진다. 그래도 푸른 숲과 적당한 소폭, 이끼 낀 암반이 최소한의 계곡미를 살려주고 있다. 이끼 덮인 초록암벽에는 바위떡풀이 가득 자라고 있고 물가를 좋아하는 꽃황새냉이도 곳곳에 무리지어 활짝 피었다.
나도옥잠화.
▲반야비트골의 이끼폭포= 노루목골 합수부에서 가파르게 오르길 1시간, 계곡을 서서히 벗어나고 작은 능선으로 향하는데, 너덜지대 좌측으로 갈림길이 보인다. 이끼폭포 갈림길이다. 좌측으로 30여m 이동하면 또 하나의 비경, 이끼폭포가 나타난다. 암벽과 이끼를 타고 떨어지는 실폭이 운치 있다. 이끼폭은 수량이 많아도 멋이 없다. 이단, 삼단으로 하얀 실타래를 풀어내듯 물줄기가 떨어진다. 이끼폭포를 돌아보고 나와 암벽을 끼고 가파르게 올라 능선으로 접어든다. 서서히 조망이 트이며 분위기도 일신한다. 바닥에는 연초록 풀들이 가득하고 주변에는 여름 꽃들이 활짝 피었다. 싱그러운 기운을 가득 느끼며 잠시 능선길을 걸어올라 반야비트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방향으로 희미한 길이 있고 좌측으로 반야비트로 입성하는 너덜길이 뚜렷하게 열려 있다. 그리고 멋진 조망도 있다. 뒤돌아보니 노고단 정상 돌탑까지도 또렷하게 조망된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30여m, 잠시 이동하면 반야비트가 있다. 암벽자락에 66㎡ 남짓한 공터가 있고 암벽처마 밑으로 작은 동굴이 형성돼 있다. 한때 빨치산 비밀아지트로 이용됐던 곳, 지금은 지리산의 작은 명소 중 한 곳이 됐다.
반야중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반야봉 자락, 숱한 사연 품은 반야비트= 해발 1550m 반야봉 자락에 위치한 반야비트, 한때는 피 끓는 청춘들이 이념의 차이로 목숨 걸고 고뇌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비트 앞 고사목은 많은 사연을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가슴에 묻은 채 생을 다해 말이 없다. 바위처마 아래에는 풍찬노숙의 비박 흔적도 보이고 암벽에는 방울방울 석간수가 떨어지고 있다. 누군가 그릇을 받쳐놓아 목마른 산객의 갈증을 해소케 한다. 비트 앞 넝쿨도 정리해 놓아 노고단이 정면으로 보인다. 한 바퀴 돌아보고 비트 좌측의 조망바위에 올라본다. 노고단과 왕시루봉 능선이 조망되고 임걸령, 노루목, 그리고 삼도봉을 비롯해 섬진강 건너 전남 광양 백운산까지 보이는 멋진 조망대다. 잠시 조망하며 봉우리와 능선들을 가늠하다가 들을 수 없는 숱한 아픔, 알 길 없는 사연들을 뒤로하고 비트 좌측으로 우회해 반야중봉을 향해 오른다.
오름길의 초록 분위기가 상큼하다. 우거진 녹음 속에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나고 바닥에는 연초록 사초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나물의 제왕 곰취도 보이고, 수줍은 듯 고개 숙이고 흰 꽃을 피운 나도옥잠화도 보인다. 호젓한 사면길을 30여분 걸어 능선에 올라선다. 심마니 능선과 도계능선이 분기되는 부근이다.
해발 1550m 반야봉 아래 위치한 반야비트.
▲반야중봉의 장쾌한 지리능선 조망= 탐방팀은 우측으로 능선길 200여m 걸어 반야중봉(1732m)에 올라선다. 반야중봉은 엉덩이를 닮은 반야의 두 봉우리 중 서쪽 봉우리로 조망이 좋다. 동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장쾌하게 조망된다. 천왕봉을 중심으로 날개를 펼친 듯, 하봉능선과 남부능선이 좌우로 나래를 펴고 있고 그 앞으로 지그재그로 뻗은 주능선이 반야봉 아래로 이어지고 있다. 산정에 이는 시원한 바람 속에 굽이치는 골과 능선들을 조망하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와 능선 삼거리에 이른다. 우측은 심마니 능선길이고 좌측은 전라남북도의 경계인 도계능선이다. 탐방팀은 도계능선을 따라 한동안 내려서다가 다시 좌측으로 분기되는 심원능선으로 갈아타고 하산한다. 반야중봉에서 2시간 정도 걸어내려 대소골 초입 부근에 도착하고 다시 대소골을 건넌다. 노고단골 합수부를 지나 심원마을에 도착하며, 지리산 역사의 한 흔적, 반야비트 탐방산행을 마무리한다.'지리 박물관(역사,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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