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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23) 영신대와 창불대
    지리 박물관(역사,문화,) 2022. 3. 13. 16:48

    뭇사연 가진 수많은 수행자들이 이곳을 스쳐갔으리라

     

     

    지난번 문수대 탐방에 이어 연속으로 지리 10대를 탐방한다. 이번 탐방지는 영신봉 자락의 영험한 기도처 영신대(靈神臺)다. 영신대는 지리산에서 기도발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탐방코스는 의신을 기점으로 대성골과 큰세개골을 통해 영신대에 올라 주변을 탐방하고, 하산은 창불대를 거쳐 남부능선을 걷다가 대성골로 원점 회귀하는 일정이다. 이른 아침 탐방팀은 섬진강변 도로를 달려 화개장터를 지나 긴 화개골을 거슬러 올라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의신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빗점골과 더불어 화개천의 양대 지류인 대성골로 접어들어 대성동으로 향한다. 대성골의 청아한 물소리와 짙은 숲길은 흐르는 땀 속에서도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한 시간가량 걸어 의신에서 2.5km 거리에 위치한 대성동 주막에 도착하고, 산객의 쉼터인 주막집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등로를 이어간다. 대성골에는 좌우에서 흘러드는 지계곡이 여럿이다. 우측 남부능선 사면에서 수곡골과 세양골이 흘러들고 좌측에는 덕평봉, 칠선봉 자락에서 작은세개골과 영신봉 자락에서 큰세개골이 흘러든다. 작은세개골 입구를 지나고 대성동 주막에서 한 시간여, 큰세개골 입구에 도착한다.

     


    영신봉 남사면 암벽 아래 해발 1500m 고지대에 자리한 영신대.

     


    ▲큰세개골과 지리산 최대의 대성폭포 = 큰세개골 다리를 건너 잠시 남부능선 방향의 등로를 따르다가 좌측으로 큰세개골로 접어들어 계곡을 따라 오른다. 초입부터 멋진 와폭이 탐방팀을 반긴다. 최근 여름 가뭄으로 계곡수량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음양수샘골, 창불대골, 나바론골 등의 지류를 모아 청류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대성골 본류인 큰세개골이다. 창불대골 합수부를 지나고 협곡지대를 통과해 큰세개골의 터줏대감 대성폭포에 이른다. 큰세개골 초입에서 1시간 40여분이 소요됐다. 대성폭은 4단폭으로 거대한 암사면이 통째로 폭포를 이루고 있다. 120m에 이르는 대폭으로 지리산 중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지만 수량이 적어 아쉽다. 그래도 대폭의 웅장한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제몫을 다하고 있다. 폭포 하단을 돌아보고 좌측으로 우회해 중단부, 상단부를 차례로 돌아본다. 그리고 폭포상단, 수려한 통암반이 단박에 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끈한 암반을 타고 하얀 포말의 폭포수가 쏟아지고, 청류는 작은 소와 여울을 만들었다가 다시 거대한 암벽을 타고 이단, 삼단, 사단으로 쏟아져 내린다. 최상단의 미폭 앞에는 평평하고 널찍한 암반이 형성되어 있다. 정말 멋진 지형지세, 자연히 산객을 자석으로 끌 듯 이끌어와 주저앉게 만든다. 잠시 쉬었다가 길을 재촉하지만 정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이다.

    대성폭 상단에서 10여분 계곡을 오르니 우측에서 지계곡이 합수된다. 일명 나바론골이다. 요새같이 가파르고 험한 골이라 나바론이란 이름이 붙었다. 나바론골 합수부를 지나 30여분 오르면 영신대 바로 아래에서 골이 좌우로 분기되는데 하늘로 향해 꼿꼿이 선 채로 탐방팀을 맞이한다. 탐방팀은 우골을 택해 오른다. 일명 천국의 계단이 있는 골이다. 초입부터 직폭이 가로막는다. 천국의 계단으로 들기 위해서는 초입의 수문장 격인 직폭을 직등해야 한다. 직폭을 올라 잠시 진행하면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협곡폭포가 나타난다. 이름에 걸맞게 영신대 직전, 해발 1450m 부근에 형성된 폭포로 마치 하늘을 걸어 오르듯 한발 한발 협곡 바위틈에 낀 돌을 계단처럼 밟고 오른다. 폭포 위에 올라서니 조망도 터진다. 천국의 조망이다. 황장산을 넘어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불무장등, 그 뒤로는 왕시루봉 능선이 조망된다. 조망을 뒤로하고 잠시 가파른 협곡을 이어가면 점차 물길은 기력을 잃고, 하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며, 곧 계곡의 끝머리에 이른다. 그리고 그 끝에 영신대가 있다. 큰세개골에 진입한 지 3시간 30분 만에 영신대에 도착한다. 한때 도인과 무속인들에게 지리산 최고의 인기명소, 명당자리로 각광받아 붐비던 영신대였는데 이제는 정적에 싸여 고요한 모습으로 탐방팀을 맞이한다.


    창불대

     



    ▲천국의 계단 위 영험한 기도터 영신대 = 영신대(靈神臺)는 영신봉(1651m) 남사면 암벽 아래 해발 1500m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영신봉의 거대한 암벽이 뒤를 받치고 남쪽으로는 큰세개골과 대성골이 아래를 받치는 형상이다. 남해에서 섬진강을 거쳐 화개동천을 거슬러 오른 물의 기운은 대성골로 꺾어들고, 다시 지리산 구중심처 큰세개골의 대성폭과 천국의 계단을 거침없이 돌파해 종착역 영신대에 맥을 이으며 그 숨을 다한다. 영신봉(靈神峰)의 신령스런 기운과 대성골, 큰세개골로 이어진 남해의 정기가 이곳에서 어울리며 조화를 이뤘기 때문일까. 영신대는 지리산에서 가장 기가 세고 영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주변에는 기도터 흔적이 많다. 인근 석문 안에는 우천 허만수의 기도터를 비롯한 제단과 수행자들의 좌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동안 뭇 사연을 가진 수많은 수행자들이 이곳을 스쳐갔을 것이다.


    우천 허만수의 기도터

     


    탐방팀은 잠시 제단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올리고 잡초 무성한 영신대를 둘러본다. 병풍 같은 바위자락에 남향으로 터를 잡고, 앞에는 큰 조망, 옆에는 청류가 흐르니 누가 봐도 명당이다. 앞의 조망바위에도 올라본다. 광활한 초록바다의 화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힘들게 올라온 큰세개골을 비롯한 작은세개골, 칠선남릉, 범왕능선, 불무장등, 왕시루봉 능선 등, 골과 능이 넘실대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장쾌한 조망이다. 지형지세는 지리 10대 중 당연 최고라 부를 만하다.

    오랜 옛날 이곳 영신대에는 암자가 하나 있었다. 그 암자는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등장하는 역사 속의 영신사일 수도 있다. 540여 년 전 조선의 유학자 김종직은 지리산에 올라 천왕봉을 거쳐 세석으로 이동, 영신사에서 산행 마지막 밤을 보냈는데, 그 영신사 위치를 두고 설이 분분하다. 이곳 영신대라는 설과 세석대피소 서쪽방향 약 200m, 헬기장 아래의 사면에 위치했다는 설이 있다. 두 곳은 직선거리로 600여m로 인접해 있는데, 양쪽 다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아무튼 이곳 영신대는 암자가 없어진 이후에도 근세까지 무속인들의 성지였다.


    자살바위

     


    ▲이상향 청학동 조망 암봉 창불대 = 탐방팀은 영신대와 우천 허만수의 기도터를 돌아보고 남부능선으로 향한다. 남부능선에 올라 남쪽으로 10여분 걸어내려 남부능선상의 명소, 아찔한 절벽 위의 조망 암봉, 창불대에 도착한다. 깎아지른 아득한 벼랑이 오금 저리게 하고 망망대해 초록바다(세석평전)는 끝없이 펼쳐진다.

    창불대 위에 선 산객 마음은 푸른 창파에 흔들리며 떠도는 조각배나 진배없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둘러보자. 발아래는 큰세개골 방향으로 무저갱 같은 협곡이 펼쳐져 있고 협곡 건너편에는 병풍바위와 궁지에 몰린 여자 빨치산들이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자살바위가 벼랑 끝에 섰다.


    대성폭포

     


    맞은편으로 우천 허만수의 창불대 기도터도 보인다. 그리고 그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푸른 초원 같은 광활한 세석평전이 눈앞에 가득 펼쳐진다. 동쪽으로는 푸른 물결로 일렁이는 세석평전을 넘어 촛대봉, 연하봉, 일출봉, 제석봉, 상봉, 하봉이 차례로 조망되고 서쪽으로 칠선봉을 지나 반야봉, 노고단이 아스라이 바라보인다. 영신봉에서 시작된 낙남정맥과 남부능선은 삼신봉을 향해 남쪽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 얼마나 장쾌한 조망인가. 이곳 영신봉 자락, 세석평전 일대가 선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지리산 이상향 청학동이 아닐는지, 탐방팀은 창불대의 일품경관을 뒤로하고 음양수샘골을 걸어내려 대성골을 벗어나 의신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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