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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산대사 시비문(西山大師 詩碑文) 역(譯)
    좋은생각,좋은글 2017. 6. 9. 11:38



          서산대사 시비문(西山大師 詩碑文) 역(譯)


    이보게 친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가지 계획과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휴정(休靜)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1604-)
    임진왜란 이후 묘향산(妙香山) 원적암에 칩거하시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시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으시고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부좌를 한 체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전해온다.
    대사의 유골과 사리는 묘향산 보현사(普賢寺) 서쪽
    안심사(安心寺)와 금강산 유점사(楡岾寺) 북쪽에
    각각 부도(浮屠)를 세워 모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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