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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4)‘야생식물의 보고’ 외곡습지
    지리 박물관(역사,문화,) 2021. 9. 10. 09:41

    해발 650m에 펼쳐진 각종 희귀 동식물의 천국
    대원사골 깊숙한 산청 외곡마을서 인적 드문 외고개길 따라가면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이 서식하고 있는 외곡습지. 지리산의 대표습지 중 한 곳으로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를 지나며 아침저녁으로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계절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 일상을 변화시킨다. 하늘은 청명하고 들판에는 곡식이 익어가며 기세등등했던 여름을 어느 순간 밀어내고 가을이 성큼 눈앞에 다가섰다. 탐방팀은 가을의 문턱에서 지리산 고산습지 두 번째 탐방에 나섰다. 지난번 서북능선상의 정령치 습지에 이어 반대쪽 동부능선상의 외곡습지와 왕등재습지를 찾았다.



    국내 유일의 알칼리성 고산습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지리산. 습지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곳곳에 분포해 있다. 세석평전이나 노고단을 비롯해 화개재, 덕평봉, 정령치, 허공다리골, 삼정산, 외곡, 왕등재 등 여러 곳에 크고 작은 고산습지가 형성돼 있다. 그중 가장 크고 독특한 습지는 외곡습지다. 그리고 생태적 가치가 높고 널리 알려진 습지는 인근의 왕등재 습지일 것이다. 외곡과 왕등재 습지는 국내 유일의 알칼리성 고산습지로 보전상태가 양호하고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등이 서식하고 있어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이 두 곳은 지리산을 대표하는 습지로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 당시 공식 탐방코스에 포함되기도 했다. 습지보호를 위한 람사르 협약에는 세계 160여 개국이 가입돼 있고, 우리나라는 1997년에 가입했다.

    이번 탐방산행 기점은 대원사골 깊숙한 곳에 위치한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외곡마을이다. 윗새재와 갈림길 삼거리, 우측으로 내려서서 조개골을 건너 좁은 입구를 들어서니 널찍한 분지형 골이 나타난다. 마치 호리병의 형상이다. 이곳에는 몇 가구 되지 않는 작은 산골마을이 있고, 농로 옆 과수원에는 탐스럽게 매달린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 마을 뒤로는 지리산 동부능선이 흐르고, 그 아래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산습지인 외곡습지와 왕등재습지가 있다.

    탐방팀은 외곡마을 공터 주차장을 출발해 좌측의 외곡계곡 방향으로 사면을 타며 탐방산행을 시작한다. 외곡마을에서 외고개 오름길은 산객이 거의 다니지 않아 등로는 희미하고 길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계곡 방향으로 조금 진입하다가 우측 방향으로 약간 틀며 사면을 타고 오른다. 길가에 갓버섯이 솟아 있다. 기부에 링을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식용이다. 유사종으로 맹독성인 흰독큰갓버섯이 있는데 기부에 링을 단 것까지 비슷하다고 한다. 주의해야 할 버섯이다.



    달뿌리풀과 참억새 가득

    습지는 외곡마을에서 20여 분이면 하단부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습지가 가까워지니 습한 기운을 좋아하는 물봉선이 곳곳에 피어 있다. 습지와 맞닿은 부근에는 사초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바닥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질퍽거린다. 짧은 구간의 사초지대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습지지대. 여타 고산습지와 달리 사람 키보다 더 높게 자란 갈대와 비슷한 달뿌리풀이 밀생해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외곡습지는 지리산 동부능선상의 외고개 바로 아래 해발 650m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이탄습지이다. 이탄층의 평균 깊이는 0.6m에 이르고 면적은 3만㎡로 지리산 습지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이곳에는 삵, 담비, 산골조개, 큰땅콩물방개, 살모사 등이 서식하고 있고 물매화, 동의나물, 닭의난초, 마타리, 뻐꾹나리, 잠자리난초, 갯버들, 방울고랭이, 꽃창포 등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습지 안으로 들어서니 부분적으로 좁은 목재를 깔아 놓은 탐사 길도 보이고 여름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목을 길게 빼 올린 마타리를 비롯해 노란 꽃의 짚신나물, 뻐꾸기 가슴털 무늬의 앙증맞은 꽃을 피운 뻐꾹나리도 관찰된다. 수숫대처럼 큰 키로 누런 꽃을 매달고 하늘거리는 방울고랭이도 보인다. 하지만 이곳의 우점종은 달뿌리풀이다. 이 풀은 닭뿌리풀로도 불리며 갈대, 억새와 마찬가지로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2m 높이까지 자란다.

    습지 한복판. 달뿌리풀이 밀집한 가장자리와 달리 억새와 사초류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어 의외로 여유로운 공간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물푸레나무 등 관목도 띄엄띄엄 자라고 있다. 가장자리에는 갯버들, 산딸기나무, 찔레꽃나무 등도 보이고 산자락에는 조림한 잣나무가 삥 둘러 큰 숲을 이루고 있다. 북쪽으로는 새재, 외고개, 왕등재로 이어지는 지리산 동부능선이 병풍처럼 야트막하게 펼쳐져 있어 안온한 느낌마저 드는 외곡습지다. 높은 산중에 이렇게 큰 습지가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처럼 서식환경이 좋고 먹잇감이 풍부해서 그런지, 기피대상 1호 독사도 쉽게 눈에 띈다. 작년 탐방 때에도 목격했는데 오늘도 습지 외곽에서 살모사 두 마리를 목격한다. 발걸음이 더 조심스러워진다. 잠깐 쉬었다가 습지를 가로질러 상부로 향한다.

    진법을 펼쳐놓은 듯 탈출로를 찾기 쉽지 않은 습지지대를 좌우로 오가며 하단에서 상단으로 관통해 벗어난다. 사람의 흔적이 깃든 석축도 보이고 근처에는 야생오미자가 빨갛게 익어 있다.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다. 푹신푹신한 잣나무 낙엽을 밟으며 희미한 족적을 따르다가 외고개 직전, 태풍으로 쓰러져 나뒹구는 잣나무지대를 좌측으로 돌아 지리산 동부능선 상의 외고개에 올라선다.

    외고개는 지리산 태극종주길이 통과하는 길목이며 사거리 갈림길이다. 동부능선 상의 새재와 왕등재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고 북사면으로 넘어서면 산청 금서면 오봉리 오봉마을(오봉계곡)로 하산하게 된다.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외고개의 상징 같은 돌배나무에는 작은 돌배가 주렁주렁 달렸고 외곡마을 방향 하산길 초입은 우거진 풀들로 입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풀이 무성한 여름에는 샛길 찾기가 아주 어렵다. 흔적 희미한 좁은 길을 무성한 풀이 온통 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샛길 탐방은 풀이 마른 후의 늦가을이나 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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