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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산(351m), 전남 영광전국 산행기 2022. 12. 26. 13:45
# 언제: 2022년 12월 25일 일요일
# 산행지: 전남 영광 구수산(351m)조망 눈꽃산행
# 산행거리: 7.85km 03시간37분
# 산행루트: 영춘교 - 옥녀봉 - 상여봉 - 삼밭재 - 구수산 - 불복재 - 봉화령 - 봉유재 - 야동마을
구수산 해발351m
전남 북서 해안에 위치한 영광은 굴비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되 대체적으로 평평한 평야나 구릉지를 이룬 고장이라 등산 대상지로는 별반 관심을 끌지 못해왔다. 등산꾼들 사이에서 영광하면 불갑산 하나로 그만 끝이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 지역 등산동호인들이 불갑산 못지 않게 애지중지해온 산이 있으니 바로 구수산이다. 해발 높이야 불갑산의 516m에도 못 미치는 약 345m에 불과하다. 그러나, 키 크다고 무조건 미인이던가. 해발 높이로 일단 산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습관을 버리고 본다면 구수산은 성큼 매력 만점의 명산으로도 다가올 법하다.
이 산은 바닷가 산이며, 곳곳에 기암봉이 있다. 그러므로 명산의 첫째 조건인 '산정에서의 조망'에서 우선 상급이다. 이곳의 지명이 흰 백(白)자, 산봉우리 수(岫) 자를 쓴 백수읍(白岫邑)인 데서 이 산이 암봉을 가진 산임을 알 수도 있겠다. 계절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바다가 바라뵈는 3월의 구수산에서 이미 훈훈한 봄을 느낄 수 있으리라.
또 다른 매력이라면, 산 양쪽에 흔치않은 명소가 각각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쪽 기슭에는 원불교 성지가 있고, 서쪽에는 모자바위, 고두섬 등으로 아름다운 해안 풍치를 이룬 해상공원이 있다. 이런 몇 가지 점만으로도 구수산은 일단 한 번 눈을 맞추어볼 만한 산이라고 할 것이다.
'큰 세력이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는 곳'
구수산의 구는 아홉이요, 수는 산봉우리 수(岫) 자이니 이 산은 산봉우리가 아홉 개인 산이란 뜻일 터다. 원불교도들은 옥녀봉, 마촌앞산봉, 촛대봉, 장다리봉, 대파리봉, 공동묘지봉, 밤나무골봉, 설레바위봉, 중앙봉으로 이 구수산의 아홉 봉을 꼽는다. 동네를 호랑이 아홉 마리가 둘러싸고 노리는 산세라 하여 구호산(九虎山)이라고도 부른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의 아홉 제자가 이 아홉 봉우리 위에 각각 올라 기도를 드렸다고 하여 원불교에서는 구수산을 신성시하고 있다.
대종사가 또한 직접 구수산에 대해 언급한 기록이 남아 있어 흥미롭다. 원불교 경전 전망품(展望品)에 대종사가 '돌아오는 세상 사람들은 높은 산 좋은 봉우리에 여러 가지 화초와 나무를 심고, 혹은 연못을 파서 양어도 하며, 사이 사이에 기암 괴석이나 고목 등을 늘어놓아 훌륭한 공원을 만들고...중략...이 나라에도 저 금강산이나 지리산 같은 명산과 구수산 같은 데에는 큰 세력이 있어야 거기에 주택을 짓고 살게 될 것이며, 혹은 조산(造山)이라도 하여서 주택을 지을 것이요, 건축을 하는 데에도 지금과 같이 인공적 조각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천연석을 실어다가 집을 짓는 등 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여 취(取)하게 되리라' 고 했다.
이 작은 구수산의 그 어디에 금강산이나 지리산 같은 거산과 함께 두고 거론할 만한 면모가 숨어 있는지는 범인의 눈으론 암만 뜯어보아도 알 도리가 없겠다. 이곳 원불교 성지 백수읍 길룡리에 있는 성지고등학교 교사이자 독실한 원불교도인 최봉출 선생도 "여러 번 구수산을 올라보았지만 아직은 그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수산행에 동행할 뜻을 비쳤다. "우리는 구수산의 요 근처 봉우리들만 도는 것이 아니라 저기 서편으로 불복재, 봉화령 넘어 고두섬이 있는 해상공원까지 갈 참" 이라니까 최 선생은 "마침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한 번 종주를 해보았으면 했다"면서 외려 반겼다.
원불교도들은 길룡리에서 볼 때 시계방향으로, 마당바위 기도실로 올라가서 선지 순례를 한다. 우리는 그 반대방향으로, 옥녀봉에서 구수산정을 향해 오른 뒤 해상공원까지 갈 것이다. 오늘 산행로의 절반쯤은 원불교 성지 순례길인 셈이다.
"세상사 우연이란 없고 모두 필연인데, 오늘 우리가 만나 이렇게 산을 함께 오르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특별한 인연일 것" 이라면서 최 선생은 '만고명월(萬古明月)' 이라 새긴 비석을 세우고 아름답게 조경한, 소태산이 대각(大覺)을 이룬 자리라는 대각지를 먼저 길손들에게 소개한 뒤 곧장 옥녀봉 아래의 소태산 생가로 인도한다.
# 산행지도
#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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