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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을 노래한 詩들
    지리 박물관(역사,문화,) 2023. 8. 14. 08:48

    선녀탕

     

    눌제(訥齊) 양성지(梁誠之)의

    지리산 讚詩

     

    <조선초기>

     

    智異蒼蒼 倚半空     울창한 지리산은 창공에 높이 솟았고

    天岩萬壑 灑飛淙     천만 기암 계곡의 흐르는 물은 폭포수를 이루네.
    洞中靑鶴 應期我     이 동중에 청학은 있다고 하나 나를 속이는 말이니
    胡不來聞 嶽寺鍾     어찌하여 산사의 종소리마저 들으러 오지 않은고.

     

     

    눌제(訥齊) 양성지(梁誠之/1415~1482)

    본관 남원(南原). 자 순부(純夫). 호 눌재(訥齋) ·송파(松坡). 시호 문양(文襄). 1441년(세종 23) 진사와 생원에

    합격하고, 식년문과(式年文科)에 급제한 뒤 경창부승 ·성균관주부를 거쳐, 이듬해 집현전(集賢殿)에 들어가

    부수찬 ·교리 등을 역임하였다. 춘추관기주관(春秋館記注官) 겸 고려사수사관(高麗史修史官)으로 《고려사(高麗史)》

    개찬(改撰)에 참여하였다. 이어 집현전직제학(直提學)에 승진, 1453년(단종 1) 왕명으로 《조선도도(朝鮮都圖)》

    《팔도각도(八道各圖)》를 작성하고, 이듬해 《황극치평도(皇極治平圖)》를 찬진(撰進)하였다. 1455년(세조 1)

    《팔도지리지(八道地理志)》를 편찬, 1463년 왕명으로 《동국지도(東國地圖)》를 찬진하고 홍문관(弘文館) 설치를

    건의하여 책을 보관하게 하였다. 1469년(예종 1) 중추부지사(知事) ·홍문관제학(提學) ·춘추관지사를 겸직하며 《세조

    실록》, 1470년(성종 1) 《예종실록》 등 편찬에 참여하고, 공조판서를 거쳐 1471년 좌리공신(佐理功臣) 3등으로

    남원군(南原君)에 봉해졌다. 1477년 대사헌에 재임되었고, 1481년 홍문관대제학(大提學)으로 《동국여지승람》

    편찬에 관여하였다. 그해 문신정시(文臣庭試)에 장원, 1482년 서적의 인간(印刊) ·수장(收藏)에 관한 12조의 건의문을

    올렸다. 학문과 문장이 뛰어났으며, 문집에 《눌재집》, 저서에 《유선서(諭善書)》 《시정기(時政記)》《삼강사략

    (三綱事略)》 등이 있다.

     

    옥녀탕

     

    남명 조식 선생의 한시

     

    請看千石鍾 (청간천석종)  천석이나 되는 무거운 종은

    非大叩無聲 (비대고무성)  큰 채로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萬古天王峰 (만고천왕봉)  만고의 세월 속 우뚝 서 있는 저 천왕봉은

    天鳴猶不鳴 (천명유불명)  하늘이 울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구나.

     

    당대 성리학의 대가였던 남명(南冥) 조식(曺植)선생은 지리산을 너무 사랑하여 말년(61세)에

    모든 재산과 장자(長子)권리까지 동생 ‘환(桓)’에게 물려주고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리고 남명은 덕산에 터를 잡고 올바른 심성수양과 후학에 평생을 바치는 한편 무려 지리산을

    열번 이상 오르면서 많은 시와 지리산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아름다운 소

     

    어머니에 품속 같은 지리산

                                   ---  심 재 순

     

    어머니의 치마폭 같이 펼쳐진
    지리산에서 사랑을 속삭여 보세요
    당신의 마음이 흔들릴 때
    지리산에 한 번 올라 보세요
    봄의 전령사가 찾아와 푸른 새 순이
    이 가지 저 가지 돋아 남을 볼때
    천왕봉에 설산이 남아 있어요
    아래는 봄 위에는 겨울
    봄이 겨울을 몰아 내는 모습을 바라 볼 수 있다오


    지리산에 한번 올라 보셔요
    온 세상의 잡다한 것을 다 모아 놓고
    한 점 티끌도 없이 초록으로
    버티고 선
    지리산을 올라 오셔요
    당신도 초록으로 물들어
    세상사 모두 초록으로 피어 날겁니다


    아름다움도 시기를 합니다
    온통 불타는 지리산에 와서
    당신의 생각도 태워 보세요
    필요 없는 것
    불타는 지리산 단풍에 태우고 가세요
    당신의 머리가 가벼워질 겁니다


    세상사 힘들거든 지리산을 올라 보셔요
    하얗게 변한 지리산을 오르다 보면
    당신의 사랑도 하얀 면사포로 춤을 출겁니다
    지리산은 어머니 품속 같은 곳
    언제나 반겨 줄겁니다

     

    지리산

     천왕봉 그 道學의 原頭를 찾아서

                                ------ 조 종 명

     

    가난함을 편히 여기고
    상제와 마주하듯 도를 즐기면
    편안하고 즐겁단다

    지리산을 바라보는 사람
    지리산을 오르는 사람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
    하늘의 길을 아는가

    옛적 환갑이 되어 찾아온 선비
    지리산을 찾아와 산이 된 사람 있었다
    원천이 흘러 강이 된 벼랑 입덕문에서
    창랑의 물에 갓끈 씻으며
    이 강의 근원을 생각하네
    산천재에서 그 원두를 생각하네

     

    청춘홀

     

    지리산

    김지하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끊는다

    푸른 저 대샆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빨치산과 지리산을 생각하며 김지하 시인이 쓴 '지리산'시다. 

    1만 수천여 명에 이르는 빨치산과 죄없는 군경, 그리고 단순히

    지리산에 산 죄로 학살된 수천 명의 산청·함양 양민들이 지리산에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왜 우리는 눈 쌓인 지리산을 보면 피가 끊는 것인가. 

     

    칠선폭포

     

    지리산 뻐꾹새     

     

    - 송수권 -

     

    여러 산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울음 울어, 떼로 울음 울어
    석 석 삼년도 봄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뜬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이 실상은 한마리의 뻐꾹새임을 
    알아냈다

     

    지리산하
    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
    한 울음을 토해내면  뒷 산 봉우리 받아 넘기고
    또 뒷산 봉우리 받아 넘기고
    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지리산 중
    저 연연한 산봉우리들이 다 울고 나서
    오래 남은 추스림 끝에
    비로소 한  소리없는 강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섬진강 섬진강  그 힘센 물줄기가
    하동쪽 남해를 흘러들어
    남해군도의 여러 작은 섬을 밀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지리산 하에서 울던 한마리 뻐꾹새 울음이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이 세석 철쭉 꽃밭을 타 태우는 것을 보았다

     

    대륙폭포

     

    지리산의 봄    

     

    -고정희-

     

    남해에서 섬진강 허리를 지나며
    갈대밭에 엎드린 남서풍 너머로
    번뜩이며 일어서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한자락이 따라와
    나의 갈비뼈 사이에 흐르는
    촉촉한 외로움을 들추고
    산목련 한 송이 터뜨려 놓습니다.

     

    온몸을 싸고 도는 이 서늘한 향기
    뱀사골 산정에 푸르게 걸린 뒤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슾픈 깃털을 일으켜 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 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 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레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는 그대여
    앞서가는 그 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
    삼십년 벗지 못한 끈끈한 어둠이
    거대한 여름에 파랗게 씻겨내리고


    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소리
    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갑니다

     

    구름처첨 바람처럼
    승천합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첨(李詹, 고려시대 1345~1405)의 시  

    고려 말엽에 조정의 간신을 소탕할 것을 주장하였다가 도리어 왕의 미움을 받아

    전라도 순천에 가서 귀양살이 하면서 쓴 시 일부이다. 그는 고려 공민왕 때 과거에

    급제하였으며 고려의 마지막 왕인 제34대 공양왕 때는 대언이란 벼슬을 지내기도

    했는데, 당식 박식하기로 유명했고 시를 잘 지어 이름이 높았다.

     

    내 들으니, 백두산은

    吾聞白頭山

     

    남으로 뻗어 바다에 닿아 뿌리를 서리었다네

    南來抵海根盤盤

     

    멀리 멀리 삼천 리에 묏부리가 이어졌는데

    ??連?三千里

     

    험한 곳은 모두 우리나라 관문으로 되었네

    險處皆爲東國關

     

    구불거리다가 정기가 모여 갑자기 솟아났고

    ??氣積突然起

     

    하늘 궁궐이 정상에 있어 제사를 누리네

    天宮在頂享祭祀

     

    하늘 궁궐이 하늘과 한 자도 안되는 거리여서

    天宮去天不盈尺

     

    뭇 산을 잡아당기고 뭇 물을 삼키네

    平把?山呑衆水

     

    문득 신선이 사는 곳을 찾아 옥피리 부니

    却尋仙府吹玉笙

     

    그 소리 완연히 봉황 울음 같아라

    ?然宛似鳳凰鳴

     

    이색(1328~1396)의 지리산 시

    이색은 이성계의 유혹을 뿌리치고 은둔한 뒤 어는 때인지 모르나 지리산에 오른 일이

    있었는데, 지리산에 도인과 승려들이 많다고 하면서 이같은 시를 섰다.

     

    두류산이 가장 크도다

    頭流山最大

     

    신선이 표피자리 펼쳐 놓았네

    羽客豹皮茵

     

    나무 끝에 두 다리가 솟고

    木末飛雙脚

     

    구름 속에 몸 반쪽만 내놓았네

    雲間出半身

     

    어떤 이는 삼무에게 곤란당했음을 기록하고

    人識困三武

     

    혹은 진나라를 피했다고 말하네

    惑說避孤秦

     

    어찌 그윽하게 살 곳이 없어

    豈乏幽樓地

     

    세상 풍진 속에 백발이 새로워졌나

    風塵白髮新

     

    박장원(1612~1672)의 시   
    지리산

    박장원(朴長遠, 1612~1672)은 1636년에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불행히도 병자호란이 일어나

    강화도로 피난하였다. 1639년에는 선조실록의 수정본 편찬에도 참여하였으며, 말년에 개성유슈로

    재직하다가 세상을 등진 인물이다.

     

    <박장원이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지은 시>

     

    천왕봉 꼭대기는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문에 닿아 있어
    머리 위의 별들은 손으로 만질 수 있네


    두 눈으로 아무리 보아도 막히는 데 없으니
    어느 곳이 곤륜산인지 알지 못하겠네


     <박장원이 지리산 등반 중 남긴 시>

     

     

      남악 지리산의 이름을 방장산이라 하니
      다른 산과 전혀 같지 않네


      지리는 험하고도 웅장하니
      기색은 하늘에 가까이 있네


      땅은 모두 벼 심기에 알맞고
      샘의 근원에 고기가 살고 있네


      어찌하여 벼슬을 사양하고
      이곳에 움막 짓고 살지 않는 것인가

     

    지리산 곡(哭)/ 지리산 진혼곡

     

       - 지리산 빨치산, 남부군 문화지도원 최순희 작사,작곡

     

     

    철쭉이 피고지던 반야봉 기슭엔

    오늘도 옛같이 안개 만이 서렸구나

    피아골 바람 속에 연하천 가슴 속에

    아직도 맺힌 한을 풀 길이 없어 헤맸나

    아 아 그 옛날 꿈을 안고 희망 안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쓰러져간 푸른 님아

    오늘도 반야봉엔 궂은 비만 내린다.

     

    써래봉 달빛 속에 치밭목 산죽 속에

    눈을 든 채 묻혀져간 잊지 못할 동무들아

    시루봉 바라보며 누워있는 쑥밭재야

    잊었느냐 피의 노래, 통곡하던 물소리를

    아 아 그 옛날 꿈을 안고 희망 안고

    한 마디 말도 없이 쓰러져간 푸른 님아

    오늘도 써래봉엔 단풍잎만 휘날린다.

     

    추성동 감도는 칠선의 여울 속에

    굽이굽이 서린 한이 깊이도 잠겼구나

    거림아 대성골아 잔돌의 넓은들아

    너는 알지 눈보라가 울부짖는 그 밤들을

    아 아 그 옛날 꿈을 안고 희망 안고

    한마디 말도 없이 쓰러져간 푸른 님아

    오늘도 천왕봉엔 하염없는 눈이 내린다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의 한시

     

    地異風雲堂鴻洞   지리풍운당홍동

    지리산의 풍운이 당홍동에 감도는데

     

    伐劍千里南州越   벌검천리남주월

    검을 품고 남주를 넘어오길 천리로다

     

    一念向時非祖國   일념향시비조국

    언제 내 마음 속에서 조국이 떠난 적이 있었을까?

     

    胸有萬甲心有血   흉유만갑심유혈

    가슴에 단단한 각오가 있고, 마음엔 끓는 피가 있도다.

     

    - 이현상이 사살되었을 때 품속에서 나온 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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