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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20) 왕시루봉 외국인 선교사 옛 휴양시설
    지리 박물관(역사,문화,) 2022. 1. 12. 08:21

    1000m 고지대에 요정이 살 것 같은 ‘동화속 오두막집’

     

     

    계절의 변화가 한순간이다. 화려했던 봄은 한바탕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고 한낮 기온 30℃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가 연일 계속된다. 산야도 빠르게 변색을 거듭해 온통 푸른 세상으로 변했다. 계절이 늦는 지리산 고지대 능선에도 초록향연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탐방팀은 부드러운 연초록 세상을 찾아 전남 구례군 토지면 문수골을 거쳐 선교사들의 애환이 서린 왕시루봉 외국인선교사 옛 휴양시설을 찾아 탐방산행에 나선다. 탐방지는 신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 왕시루봉 자락이다. 그곳에 가면 그림같이 호젓하게 자리한 외국인 선교사들의 옛 휴양시설이 있다. 문수리 중대마을을 들머리로 지소골을 올라 선교사들의 애환이 담긴 유적을 탐방하고 왕시루봉 능선을 걷다가 느진목재에서 문수사 방향으로 하산했다.


    왕시루봉의 외국인 선교사촌 A자형 별장.

     


    탐방팀은 마을을 관통하는 지소골 다리를 건너 마을 뒤의 밤나무 밭을 가로질러 계곡 옆에 난 등로를 따라 오르며 탐방일정을 시작한다. 밤나무 밭에서 능선으로 바로 오르는 갈림길도 있는데 이 길은 왕시루봉 북쪽사면의 능선 조망대가 있는 사거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초입에서 20여 분 계곡길을 오르면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를 만나고, 임도 위쪽으로 지소골 토굴이 있던 부근에 절터를 닦고 있다. 잠시 들러 절터를 둘러본다. 입구에는 하얀 수국이 멋지게 피어 있고, 대웅전이 들어설 자리에 올라서니 문수골과 노고단에서 섬진강을 향해 뻗어 내린 월령봉 능선이 조망된다. 이른 아침부터 텃밭에서 일하다 말고 불청객에게 차를 권하는 스님과 잠시 담소를 나눈다. 스님 말로는 옛날 이 골에 닥나무가 많이 나고 한지 만드는 곳이 있어서 지소골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스님은 이곳에서 10년째 절터를 조성하고 밭을 가꾸며 생활하고 있다는데, 머지않아 멋진 용선암이 건립되길 기대해 본다.

    ▲청량한 지소골의 원시적 계곡미

    탐방팀은 좌측으로 절터 옆 계곡을 건너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임도 끝머리에서 계곡으로 들어서서 산행을 이어간다. 온통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길, 오를수록 때 묻지 않은 원시 계곡이 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거진 푸른 숲속의 벽계수는 하얀 포말로 부서지며 소폭을 곳곳에 만들고 음이온을 가득 쏟아낸다. 청량감을 물씬물씬 풍기며 아기자기한 계곡미가 돋보이는 지소골이다.

    용선암 절터에서 선선한 계곡길을 따라 오르길 30여 분, 멋진 이단 폭포가 보인다. 지소골에서 가장 크고 멋진 폭포이다. 이름 없는 무명폭포, 지소골을 대표하는 폭포이니 ‘지소폭포’ 라고 불러주자.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운치 있는 폭포 앞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폭포 상단을 가로질러 계곡 깊숙이 접어든다. 예전부터 숲이 깊고 수목이 많았는지 등로변에 숯가마 터도 보인다. 아궁이 윗돌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이다. 한동안 오르니 점차 계곡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푸른 초원이 서서히 전개된다. 군데군데 철쭉꽃도 활짝 피었다. 초록융단을 깐 듯 부드러운 사초가 바닥에 깔려 하늘거리고, 수목은 온통 녹엽으로 하늘을 가득 채웠다. 그 가운데 초록을 배경으로 활짝 핀 연분홍 철쭉꽃은 더욱 은은하고 빛이 난다.


    지소골 폭포.

     


    ▲연초록 세상의 별세계, 옛 선교사 휴양촌

    지소폭포에서 1시간 30여 분, 외국인 선교사 별장지대에 도착한다. 싱그러운 초록 숲속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옛 건물들, 반경 300m 이내 여기저기 적당히 흩어져 위치한 모습이다. 가장 크고 보존이 잘된 콘셋 막사 형태의 선교사 수양관을 비롯해 목조 오두막 등 현재 이곳에는 12동의 낡은 옛 건물이 남아 있다. 수양관 위쪽에는 물길을 막아 만든 옛 야외풀장도 보이는데 주변에 덩그렇게 놓인 탁자와 의자, 파고라 기둥은 골조만 남겨두고 50여년의 세월 속에 삭아 내렸다.


    외국인 선교사촌의 콘셋 막사 형태 수양관.

     


    왕시루봉 자락 해발 1100m 고지대에 위치한 선교사 휴양시설, 이곳은 1962년경에 형성됐다. 1880년경부터 방한한 외국인 선교사들, 그들은 풍토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나자 병을 피해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1920년대 노고단 자락에 휴양촌을 만들었으나 여순반란사건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파괴되자 이곳 왕시루봉 자락으로 옮겨오게 됐다.

    탐방팀은 시설물을 차례로 돌아본다. 건물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자료에 의하면 노르웨이 스토바, 북미식 오두막, 호주식 주택양식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건축물 형태라고 한다. 화사한 철쭉꽃과 생동감 넘친 초록 숲속에 조그맣게 자리한 낡은 별장들, 마치 요정이 사는 동화 속 오두막집 같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숲과 오두막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왠지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한때는 활기 넘치고 생기로 가득한 휴식과 수련의 장소였을 텐데, 지금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삭고 낡은 모습으로 정적 속에 머물고 있다. 주기적으로 관리는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 목조 건축물이라 삭아 주저앉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근대사의 유산으로 나름의 가치가 있어 보이는데, 근대유산 중 하나로 보존할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빨리 손을 써야 될 듯하다.


    외국인 선교사촌 별장.

     


    ▲근대유산, 관리대책도 필요해 보여

    오늘 밤 비 예보가 있는데 벌써부터 구름이 몰려온다. 이미 주변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탐방팀은 서둘러 왕시루봉 자락의 사면길을 걸어 능선으로 향한다. 녹색 캔버스에 연분홍 물감을 흩뿌린 듯 은은한 철쭉꽃과 스멀거리는 구름이 어울려 묘한 비경을 나타낸다. 요정이 사는 듯한 숲속을 산책하듯 30여 분 진행해 왕시루봉 능선 사거리에 도착한다. 왕시루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노고단으로 향하는 능선길, 좌측의 중대마을로 하산하는 지능길이 교차되는 곳이다. 잠시 바로 옆의 전망바위에 올라보지만 온통 운해 속이다.


    외국인 선교사촌 별장의 풀장.

     

     

    탐방팀은 되돌아 내려와 북쪽 노고단 방향으로 왕시루봉 능선을 걸어 느진목재로 향한다. 부드러운 흙길에 수림이 울창하고 아름드리 노거수도 즐비한 아름다운 능선길이다. 선교사 별장에서 1시간 30분가량 걸어 사거리 갈림길이 있는 안부, 느진목재에 도착한다. 좌측으로 문수사 방향 하산길이 열려 있고 몇 발짝 더 가면 키 작은 산죽 사이에 우측으로 연곡사 아래 신기동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탐방팀은 좌측의 문수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큰 볼거리 없는 하산길이지만 하부로 내려설수록 계곡은 제 모습을 드러내고 날머리 부근에는 곳곳에 와폭과 소를 만들며 운치 있는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탐방팀은 느진목재에서 1시간가량 걸어내려 문수사 아래 주차장에 도착하며 왕시루봉 자락의 별세계, 외국인 선교사 수양시설 탐방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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