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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22) 진도사골과 문수대
    지리 박물관(역사,문화,) 2022. 3. 6. 15:37

    널찍한 암반 위로 옥수가 하얗게 타고 내린다

     

     

    지리산 산중에는 능이 높고 골이 깊은 만큼 좋은 터도 많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그런 비처에 대(臺)라는 이름을 붙이고 은밀히 즐겨 찾았다. 그곳은 대부분 접근하기 어려운 험지로 일반인의 발길이 잘 미치지 않는 곳이다. 산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비기를 연마하고 호연지기를 기르거나 아예 토굴을 짓고 수행하기도 했다. 대(臺)는 통상적으로 조망 좋은 언덕이나 적당히 엄폐된 바위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평평한 공간이 있고 트인 조망과 석간수가 있어 누가 봐도 명당이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지리산에 대표적인 열 곳을 꼽아 지리 10대라고 부르기도 하고 천왕 5대, 반야 5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반야 5대 중 하나인 노고단 자락 문수대(1310m)를 탐방하기로 한다. 탐방코스는 문수골과 큰진도사골을 거쳐 문수대에 올랐다가 노고단 남사면을 돌아 월령봉 능선으로 하산하는 일정이다.


    문수대 석문.

     


    전남 구례군 토지면 문수리에 위치한 문수골, 지리산 여느 골 못지않게 골이 크고 깊다. 수림이 울창하고 지계곡도 많은 만큼 수량이 풍부하고 늘 청류가 흐르는 청정계곡이다. 1948년에는 김지회가 무장한 여순 반란군 1000여명을 이끌고 이 골을 통해 지리산에 들기도 했다. 이번 탐방산행은 신율마을에서 시작한다. 마을에서 우측으로 임도를 따르다가 임도 끝나는 지점에 계곡 좌측으로 등로가 열려 있다. 탐방팀은 계곡 옆 등로를 따라 숲속으로 빨려 들 듯 들어서서 문수골을 오른다. 상큼한 숲 향과 온 계곡을 울리는 청아한 물소리는 문수골의 강한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노고단 자락에서 발원한 문수골은 좌우의 월령봉 능선과 왕시루봉 능선 사면의 물을 모아 큰 골을 이루고 남으로 굽이 틀어 흐르다가 토지면 구산리, 파도리 부근에서 섬진강에 합수된다.


    문수골은 수림이 울창하고 지계곡도 많아 늘 청류가 흐른다.

     


    ▲와폭과 푸른 소가 즐비한 문수골= 계곡 초입 부근에서 만나는 너럭바위, 멋진 와폭이 걸려 있고 바위에는 풍류가 엿보이는 초서체 각자도 보인다. 문수골은 안으로 들어설수록 운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완만한 지형에 암반이 발달돼 있어 자연히 소폭과 담이 많다. 등로는 계곡 좌측을 오르다가 우측으로 건너 이어진다. 계곡 가에는 여름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 산행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흰 꽃을 피운 산딸나무와 때죽나무가 유독 많이 보인다. 탐방팀은 등로와 아기자기한 계곡을 번갈아 걸으며 계곡 깊숙이 접어든다.

    신율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우측에서 지계곡이 합수된다. 이 골은 질매골로 왕시루봉 능선상의 질매재 쪽에서 흘러내리는 골이다. 계곡 옆에는 질매재로 향하는 등로가 뚜렷하게 열려 있다. 탐방팀은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문수골을 계속 진행하다가 발길을 잡아끄는 폭포 앞에서 쉬어 간다. 이끼 사이로 하얀 포말을 쏟아내는 작은 와폭이다. 가만히 와폭 앞에 앉아 보니, 청량하고 선선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지리산 골골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참 보배로운 산임을 새삼 느낀다. 이어지는 계곡 모습도 신선지경이 따로 없다. 곳곳에 와폭이 걸려 있다. 완만하고 널찍한 암반을 타고 옥수가 하얗게 부서지며 타고 내린다. 산객의 발걸음은 아름다운 계곡미에 흠뻑 취해 갈지자를 그리며 점점 계곡 심처로 들어선다. 산행시간 1시간 30여분, 진도사골 분기점이다. 좌골은 작은 진도사골이고 우골은 탐방팀이 오를 큰 진도사골이다. 이곳도 명칭 정리가 안 된 곳 중 하나로 진도사골과 전도사골을 혼용해서 쓰고 있는데, 옛날 진씨 성을 가진 도사가 이 골에서 도를 닦은 데서 유래됐다는 진도사골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새하얀 꽃을 피운 물참대.

     


    ▲여름 꽃 만개한 큰진도사골= 탐방팀은 우측의 큰진도사골로 접어든다. 초입부터 소폭이 산객을 반기는데, 이후 계곡은 점차 거칠고 급해진다. 수량도 줄고 계곡미도 떨어진다. 하지만 이를 만회라도 하듯 활짝 핀 여름 꽃이 계곡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은은한 꽃 향이 가득 풍긴다. 향기의 주인공은 정향나무다. 무리 지어 활짝 피어 벌, 나비를 유인하고 있고 그 옆에는 별처럼 반짝이는 새하얀 꽃을 피운 물참대와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함박꽃나무도 덩달아 꽃을 피워 서로 뽐내고 있으니 거친 골이 아름다운 화원이나 다름없다.

    큰진도사골 최상부를 통과한다. 물길은 너덜 밑으로 숨어들고 가파른 계곡이 다시 좌우로 분기된다. 방향을 좌골로 틀어 가파르게 올라서니 계곡은 사라지고 너덜사면이 전개된다. 너덜 길을 조심조심 올라서면 큰 암벽이 가로로 펼쳐져 있는데, 그 중간으로 길이 열려 있다. 그곳을 통과해 오르면 곧바로 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만나는데, 문수대에서 왕시루봉능선 삼거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합류지점에서 몇십 미터 우측으로 이동하면 문수대가 있다.


    지리 10대 중 하나인 문수대.

     


    문수대 옆 너덜지대.

     


    ▲반야 5대의 비처 문수대= 지리산이 감춰둔 은둔의 땅 문수대, 먼저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막대기 하나 걸쳐진 석문, 허술해 보이는 석문이나 진법을 펼쳐 바람 한 점 통과할 수 없다. 결궤를 파훼하고 기역자 형태의 석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서면 비로소 문수대 토굴이 눈앞에 나타난다. 암벽 앞에 작은 토굴이 자리하고 있고 남쪽으로 문수골과 왕시루봉 능선이 조망된다. 범상치 않은 느낌이 드는 이곳이 지리 10대 중 하나이며 우번대, 서산대, 무착대, 묘향대와 더불어 반야 5대로 불리는 문수대다. 정적에 묻힌 고요한 문수대를 한 바퀴 둘러본다. 뒤쪽 암벽에는 석간수가 흐르고 암자 옆에는 채마밭도 보인다. 앞마당 공터 나무 아래에는 돌 탁자가 놓였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문수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좋은 기운 가득 느끼며 돌 탁자에 둘러앉아 한동안 머물다가 노고단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석문을 빠져나오면 길이 두 갈래로 갈리는데 어차피 둘 다 노고단 아래 방송기지국으로 향하고 있다. 수평으로 이어지는 아랫길을 택해 조금 진행하여 만나는 너덜지대에서 조망이 터진다. 발아래는 오전에 오른 큰진도사골이 보이고 그 밑으로 문수골이 굽이치고 있다. 좌측으로 왕시루봉 능선이 남으로 뻗어 있고, 문바위등과 왕시루봉도 멋지게 조망된다. 잠시 조망을 뒤로하고 노고단으로 향하는 사면길, 이곳 분위기도 좋다. 함박꽃나무와 철쭉, 노린재나무가 사방에 꽃을 피우고 있다. 호젓하게 사면 길을 걸어 노고단 방송기지국 아래로 빠져나오니 천상화원 노고단 평원이 화려하게 탐방팀을 맞이한다.

     


    사방에 여름 꽃이 피어 있는 노고단.

     


    ▲푸른 초원에 펼쳐진 천상화원 노고단= 사방으로 매혹적인 경관이 펼쳐진다. 일대장관이다. 360도 조망 속에 푸른 초원이 펼쳐진 노고단 사면, 온통 여름 꽃이 때 맞춰 피어났다. 월령봉 능선 들머리 부근 철쭉 밭을 잠시 거닐다가 이정표 역할을 하는 조망바위 아래로 내려서서 월령봉 능선으로 진입한다.

    월령봉 능선은 형제봉 능선이라고도 불리며 지리산 주요 지능선 중 하나다. 이 능선은 좌우에 문수골과 화엄사골을 두고 노고단에서 19번 국도 상의 토지면 용두리, 오미리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다. 능선 상에 형제봉과 월령봉이 있어 월령봉 또는 형제봉 능선으로 불리는데, 길은 뚜렷하고 부드러운 숲길이다. 중간중간 조망바위가 쉼터 역할을 하는 걷기 좋은 능선 길, 탐방팀은 가볍게 걸어 내린다. 노고단을 출발한 지 2시간 30분, 형제봉을 앞두고 능선 안부의 사거리 갈림길이 있는 밤재에 도착한다. 우측은 화엄사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좌측은 밤재마을로 하산하는 길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밤재마을로 향해 내려서고 이내 신율마을에 도착하며 8시간의 문수대 탐방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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