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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28) 써리봉 석문과 무재치기폭포지리 박물관(역사,문화,) 2022. 5. 29. 17:25
하늘로 통하는 석문 열고, 황홀한 지리산의 가을로
‘가을비는 내복 한 벌’이란 말이 있듯 어제 내린 비로 기온이 급강하했다. 10월 초순임에도 지리산 천왕봉 일대에는 벌써부터 고드름이 목격되고 능선에도 잎을 떨군 나목들이 늘어나며 겨울을 채비하는 모습이다. 단풍 물결도 고도를 낮춰 이제 중단부를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단풍은 시원찮은 모습이다. 아무래도 지난여름의 긴 가뭄과 최근에 불어 닥친 태풍 차바의 영향인 듯하다.
가을색으로 물드는 황금능선.
탐방팀은 서늘한 아침공기를 가르며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의 순두류를 출발해 중봉골을 오른다. 이번 산행은 써리봉 자락의 석문과 무제치기폭포를 탐방하고 장구목과 황금능선 느진목재를 거쳐 순두류로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순두류아지트.
▲중봉골과 순두류아지트= 어제 내린 비로 하늘은 청명하고 중봉골에는 청류가 넘쳐 흐른다. 초입에서 마주한 소폭은 하얀 포말을 내뿜고, 투영된 소에도 추색이 가득 내려앉았다. 청량한 중봉골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중봉골 하류 부근에 위치한 빨치산 순두류 아지트를 둘러본다. 계곡 건너 20m 지점, 산사면의 바위틈에 위치한 순두류아지트, 치열했던 그때를 얘기하듯 바위에는 총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출입구인 바위틈은 겨우 한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댓 명이 기거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널찍하다.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였고 좌 측방으로 출입구가 하나 더 있어 퇴로까지 확보되는 천연의 요새다. 당시 빨치산들은 법계사에 지휘본부를 두고 이곳 순두류아지트를 초소 삼아 극렬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근래에도 누가 기거를 했는지 석굴 안에는 흙에 반쯤 묻힌 담요도 보인다.
중봉골 폭포.
탐방팀은 아지트를 돌아본 후, 벽계수 호호탕탕 우렁차게 역동하는 중봉골을 타고 오른다. 마야계곡으로도 불리는 중봉골은 야성미가 넘치는 아주 매력적인 계곡이다. 천왕동릉과 황금능선 사이의 계곡으로 소와 폭포가 많다. 천왕봉과 중봉, 써리봉 남사면을 발원지로 하고 있어 다른 계곡에 비해 수량이 풍부하고 가뭄에도 물길이 질긴 곳이다.
석문골 단풍.
▲써리봉 석문과 치밭목대피소= 순두류를 출발한 지 2시간 30분, 써리봉골 초입을 지나고 석문골 들머리에 이른다. 해발 1300m 부근이다. 사태지역을 넘어서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계곡이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만 우측으로 올라서면 가파르고 좁은 협곡이 눈앞에 전개된다. 탐방팀은 중봉골을 벗어나 석문골로 진입, 가파른 석문골을 한발 한발 중력을 거슬러 오르며 고도를 높여간다.
한동안 오르니 거대한 통암반 슬랩지대가 나타난다. 경사가 급해 직등은 어렵고 우측으로 붙어 오른다. 주변 곳곳 마가목은 탐스런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고, 지나온 석문골과 중봉골 건너 천왕동릉의 불타는 단풍, 그리고 협곡의 암반이 서로 어울리며 호젓한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겨낸다. 한동안 오르니 계곡 좌측으로 석벽이 나타나고 석벽은 계곡과 나란히 길게 뻗어 상부로 향하는데, 석벽이 끝나는 지점에 석문이 위치하고 있다. 석벽은 마치 성벽 같고, 석문은 인공적으로 만든 성문 같다.
써리봉 자락 해발 1550m 부근에 위치한 석문.
석문골 초입에서 1시간가량, 써리봉 석문에 도착한다. 써리봉 자락, 해발 1550m 부근에 위치한 석문, 마치 하늘로 오르는 통천문 같은 느낌이다. 조망도 터진다. 남서쪽 남부능선 너머로는 아득히 굽이치는 산너울이 조망된다. 석문에서 잠시 쉬었다가 바로 위의 써리봉 능선으로 올라선다. 써리봉과 황금능선 들머리 중간쯤이다. 능선 우측 봉우리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여기도 조망이 끝이 없다. 갈지자로 꿈틀거리는 황금능선과 중봉골, 천왕동릉, 세존봉 능선, 그리고 그 뒤로 진양호와 삼천포 앞바다도 또렷이 보인다. 동북방향에는 하봉능선, 진주독바위, 새봉이 바라보이고, 멀리 황매산, 가야산, 덕유산까지도 조망된다. 일망무제의 시원하고 광활한 파노라마 조망에 가슴속까지 후련해진다.
신축공사 중인 치밭목대피소.
조망바위에 잠시 쉬었다가 치밭목대피소로 내려선다. 조망바위에서 30여분 내려서면 치밭목대피소다. 옛 대피소 뒤쪽에는 현대식 치밭목대피소가 한창 신축공사 중이다. 1971년부터 45년간 무인, 유인대피소로 산객의 쉼터 역할을 해온 애환의 구 대피소는 조만간 철거될 것이다. 이미 지난 9월 1일부터는 탐방객은 이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지리산 산장 중 유일하게 민간인이 관리하고, 예약 없는 선착순, 그래서 더 아끼는 산객들이 많았는데, 올 연말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대피소를 뒤로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무재치기폭포로 향해 내려선다.
무재치기폭포.
▲무재치기폭포= 산청군은 지난 7월 11일 지리산 깊숙이 자리한 무재치기폭포 인근의 청정한 공기를 상품화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무재치기폭포는 예부터 기침병 등 기관지 질환이 있는 사람이 이곳에 오면 재채기를 멈췄다 해서 재채기가 없는 곳 즉 ‘무재치기’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무재치기폭포 인근은 오래전부터 숯을 굽던 가마터가 있으며, 인근의 토양에서는 공기 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두터운 숯 층이 발견된다. 또 주변에는 피톤치드 함량이 높은 편백나무와 구상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탐방팀은 무재치기폭포 상단과 조망바위, 그리고 폭포 하단을 차례로 돌아본다. 폭포 상단, 평평한 암반을 타고 흐르던 청류는 급사면을 만나며 하얀 포말로 변해 발아래로 아찔하게 쏟아져 내리고 앞쪽으로는 장당골 상류 앵골과 한판재, 치밭목 능선이 시원스럽게 바라보인다. 바로 옆의 조망바위에도 올라본다. 치밭목과 비둘기봉 사면으로 추색이 가득한 모습이고, 그 아래에 미폭, 무재치기가 자리해 주변경관과 어울리며 수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폭포 하단으로 접근, 폭포 전체를 조망하니 가히 일대 장관이다. 하얀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 폭포수가 3단으로 꺾인 암반을 부드럽게 감싸며 흘러내린다. 한동안 폭포를 감상하다 아직 남은 힘든 여정을 떠올리고 계곡을 벗어난다.
탐방팀은 폭포 좌측사면 헬기장으로 올라 장구목 옛길을 찾아 걷는다. 무재치기폭포에서 장구목을 거쳐 황금능선으로 향하는 길은 흔적조차 희미하고 산죽이 밭을 이룬 험로이다. 특히 헬기장 아래와 황금능선 부근의 산죽은 악명이 높은 곳이다. 헬기장에서 산죽터널을 내려서서 우측으로 장당골 지류인 물가름골의 최상류 지역을 통과하고 40여분 만에 장구목에 올라선다. 장구목은 한판재, 치밭목 방면과 황금능선 쪽을 이어주는 고갯마루다.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안내원 주민 등 주변 마을 사람들이 수시로 장구목 근처에 드나들며 도토리를 많이 주웠다고 하는데, 이제는 길이 묵어 잇기조차 쉽지 않다. 잠시 쉬었다가 황금능선을 향해 장구목을 내려선다. 장당골의 또 다른 지류인 바람골을 건너고 장구목을 출발한 지 1시간가량, 황금능선 상의 느진목재에 도착한다.
지리산산신제단.
황금능선은 추색이 내려앉은 가을날 석양에 비친 능선의 모습이 온통 누런빛이라 그렇게 불리는데, 써리봉에서 덕산의 구곡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다. 느진목재에서 잠시 한숨 돌리고 산신제단 방향으로 하산한다.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30여분 내려서서 지리산 산신제단에 이른다. 산청군에서는 군민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며 매년 중양절(음 9.9)에 이곳 제단에서 산신제를 지내는데 마침 오늘이 중양절이라 제를 지낸 흔적이 남아 있다.
신선너덜.
탐방팀도 경건한 마음으로 제단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인근의 신선너덜도 돌아본다. 바윗덩어리가 내를 이루며 상봉을 향해 일직선으로 늘어섰고 너덜상단 끝머리에 상봉이 정좌한 모습이다. 신선들이 주변 바위를 모아놓고 거닐던 신선너덜, 탐방팀도 아래위로 걸어보며 탐방산행을 마무리한다.'지리 박물관(역사,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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